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인천설화

도자기 배가 수렁에 빠지다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3020
경서동에는 도자기를 구울 수 있는 좋은 흙이 있어 삼국 시대부터 가마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이 마을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녹청자 도요지(사적 제211호)가 있다. 그리고 경서동 해안에서 서곶로 국도까지 이어진 길 좌우에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옹기를 굽는 가마가 십여 개 있었다.
옛날에 마을 앞 포구에서 도자기를 실은 배가 떠나곤 했다. 질좋은 그릇을 전국의 저자에 내다 팔려고 상인들이 실어 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 한 수집상이 최고의 품질을 가진 그릇들을 배에 가득 실었다. 그는 선장인 도사공에게 말했다.
“어서 출발하시오.”
도사공은 햇무리가 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람을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요. 한나절만 기다리시지요.”
“무슨 말이요? 나는 이 그릇들을 강경과 전주 저자에 늘어놓고 팔아야 한단 말이오. 그러려면 여유가 없어요.”
도사공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배를 출발시켰다.
바다로 조금 나아갔을 때였다. 너무 많이 실은 데다가 갑자기 무풍 상태가 되어 배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노를 저어 배가 조금은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포구로 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흐르자 썰물이 시작되었다.
“이거 좌초되겠군.”
도사공은 갯벌 둔덕에 배가 얹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공들을 독촉해 급히 배를 조금 움직이게 했다. 갯벌 사이에 나 있는 통로나 다름없는 갯골에 배를 대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배를 몰아 썰물을 따라 나가려고 했다.
배는 이삼백 보쯤 움직였으나 썰물이 끝나면서 갯골 바닥에 얹혀졌다.
수집상이 손해를 보게 되었다고 성을 냈지만 도사공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욕심이 나서 짐을 많이 실었기 때문이오. 하지만 걱정마시오. 밀물이 들어오면 배가 다시 뜰 테니까.”
그러나 도사공의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배가 서서히 곤죽이나 다름없는 갯골의 진흙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었다.
“어찌된 일인가. 뭍에서 가까운 곳인데 깊은 수렁이 있다니!”
도사공은 탄식했다. 그러나 절망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수렁이 깊다고 해야 한 길 깊이가 넘으랴,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그는 수하 사공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삿대를 가져 와라.”
그는 사공들과 함께 대나무 장대를 갯골에 찔러 보았다. 두 길이 넘는 장대가 힘없이 빨려 들어갔다.
“다른 장대를 끝에 이어 계속 찔러 봐라.”
사공들은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도사공님, 장대 두 개가 다 들어갔습니다.”
도사공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갯골 바닥 깊은 곳에 샘물이 있어 곤죽 수렁이 된 곳에 배가 얹힌 것이었다.
“배를 구해야겠다. 도자기를 내버려라.”
도사공의 명령에 따라 사공들은 값비싼 도자기들을 닥치는 대로 갯벌 위로 던졌다.
욕심 많은 화주는 갑판 위에 앉아 엉엉 울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눈으로도 배가 이미 절반 가량 진흙 속으로 가라앉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였다.
“내 도자기, 내 도자기, 이걸 어떡하나!”
그는 울부짖었으나 배는 계속 가라앉았다.
결국 사공들과 화주는 갯골의 뻘흙이 선체 전부를 삼키고 갑판까지 삼키기 직전 갑판의 문짝과 판때기들을 뜯어내 뻘흙을 타고 나옴으로써 목숨을 건졌다.
그들은 조수가 나간 갯벌 둔덕에 서서 배가 돛대 끝까지 수렁에 잠기는 것을 속절없이 바라보아야만 했다.
수천 개의 도자기와 중선배를 한꺼번에 삼킨 갯골은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도 없이 고요해졌다.
도사공이 자기 팔을 꼬집어보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 갯벌이 배를 삼킨단 말인가. 꿈만 같아. 내가 지금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멀리서 밀물이 갯벌을 하얗게 덮으며 밀려 오고 있었다. 
알거지가 된 화주와 도사공, 그리고 사공들은 하릴없이 그 자리를 떠나 빈손으로 해안을 향해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정말 믿을 수 없어 엉엉 울었다.
공공누리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문화유산과
  • 문의처 032-440-838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