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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신관 사또가 처녀의 원혼을 풀다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3509
검단 사거리의 옛 이름은 원현(院峴)이다. 그곳은 역참이 있었고 지난날 지방 관장이나 중국으로 가는 사신이 반드시 하루를 묵어갔다.
역참이란 국가의 중요한 공문서를 전달하는 파발꾼, 그리고 출장 가는 관리와 사신에게 숙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만들었던 국가 통신 교통망의 구실을 하는 곳이었다. 때로는 부정 부패를 뿌리 뽑으려고 비밀리에 여행하는 암행어사가 마패를 내보이고 말과 역졸들을 지원 받는 곳이기도 했다.
어느 해 새로 부임해 오는 신관 사또가 이곳 원현에서 묵었다.
밤에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서늘하고 음산한 느낌이 들더니 여인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번쩍 눈을 뜨니 소복을 한 처녀가 쌍바라지 문을 조용히 밀면서 들어섰다.
“누, 누구냐? 사람이면 대답하고 귀신이면 썩 물러가라.”
그는 머리맡에 놓았던 장검을 집어 들었다.
“사또, 놀라지 마옵소서. 부디 저의 원한을 풀어 주옵소서.”
웬만큼 심장이 강하지 않으면 기절할 상황이었지만 사또는 대담한 사람이었다.
“그래, 말해 보아라.”
처녀는 다소곳이 그의 앞에 와서 앉았다. 촛불을 받은 얼굴이 귀신답지 않게 아름답고 몸매도 고왔다.
“소녀는 이 고을의 기생이었사옵니다. 그런데 정절을 지키다가 억울하게 죽어 이 객사의 앞뜰에 암매장되어 있사옵니다. 부디 양지 바른 곳에 이장하여 주시옵소서.”
소복의 처녀는 그렇게 말하고 큰절을 올린 뒤 물러갔다.
“잠깐, 너를 죽여 암매장한 범인이 누구인가 말하여라.”
그는 소리쳤으나 소복 처녀는 이미 문을 열고 나간 뒤였다.
퍼뜩 정신을 차린 사또는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잠잘 적에 안으로 닫아걸었던 쌍바라지문의 문고리가 벗겨져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 다녀갔음을 짐작할 뿐이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벌컥 문을 열었다. 달빛이 고요하게 비치는데 어디선가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밤새가 슬프게 울고 있었다. 그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처녀는 걱정 마라. 내가 그대를 마른 땅에 이장해 주고 범인을 잡아 한을 풀어 주마.”
날이 밝자 그는 관아로 가서 부임했다. 전임 사또로부터 권한을 인수하자마자 아전들을 이끌고 원현으로 갔다.
“작년에 우리 고을에서 기생이 행방 불명된 일이 있느냐?” 
신임 사또가 서슬이 퍼래서 묻자 아전들이 허리를 굽신거리며 대답했다.
“있습니다요. 사월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생이 작년에 갑자기 사라졌습니다요.”
“당장 그 부모를 불러오너라.”
사또는 사월이의 부모와 약혼자를 불러와 이것저것 묻고 그 기생이 몸담았던 객주집 주인을 불러 심문했다.
그리하여 양반집 한량이 사월이를 품고 싶어 안달을 하며 괴롭힌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가 바로 객사의 관리를 맡은 아전의 조카라는 것도 알아냈다.
사또는 형방 사령에게 명령했다.
“그 놈을 잡아 원현 객사 앞뜰로 끌고 와라.”
그리고 나졸들에게 객사 앞뜰을 파게 했다.
절반쯤 파고 나가자 처녀의 시신이 나왔다. 그때 막 한량이 도착했고 그자는 두 다리를 덜덜 떨었다.
“이놈, 어서 네 죄를 이실직고하지 않고 뭐하느냐?”
신관 사또의 호통에 한량은 실토했다. 
“사월이를 사모했습니다. 그날 이 객사는 비어 있었습니다. 달빛에 비친 자태가 예뻐서 껴안았으나 저항하여 그만 죽이고 말았습니다.”
신관 사또는 범인을 한양으로 압송하고 사월이의 시신을 메마르고 따뜻한 언덕에 이장하게 했다. 그리고 조정에 알려 원현에 그녀의 정절을 기리는 정려를 세웠다.
비록 기생이었지만 죽음으로써 정절을 지킨 사월이를 찬양하는 원현 사거리의 이 정려는 구한말까지 서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정조문’이라고 부르며 그 곳을 지날 때마다 정절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그 정조문은 일제 강점기에 들어 없어졌다. 그러나 이곳 토박이들은 객사가 있던 자리를 ‘원현 사거리’ 또는 ‘정조문 사거리’라고 지금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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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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