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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온천을 메워 버리다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25707
조선 왕조의 세종대왕은 학문에 열중한 탓에 눈병을 앓아 온천물로 목욕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한양 도성에서 가까운 곳에는 온천이 없기 때문에 궁궐을 떠나 여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신하가 아뢰었다.
“전하, 부평 땅에 온천이 있었다는 옛 기록이 있사옵니다. 부평땅에도 그런 전설이 있다 하옵니다.”
대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걸 찾았으면 좋겠소. 짐의 눈병도 문제지만 온천을 찾으면 많은 백성들의 병을 고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오.”
그리하여 조정에서는 본격적으로 부평의 온천을 찾는 일에 나서게 되었다. 왕명에 따라 부평 부사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내가 다스리는 곳에서 온천을 찾는다면 역대 최고의 성군이라는 대왕 전하의 병도 고치고 내 공이 크게 빛날 것 아닌가.”
그는 옛 기록을 정리했다. 기록은 그곳이 어디인가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이 없었다. 막연하게 온천이 있었다는 기록뿐이었다.
“그러면 전설을 더듬는 거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법이 없지 않은가.”
그는 부평의 노인들을 모아놓고 전설을 들었다. 한 노인이 말했다.
고려 중엽 부평의 옛 지명 수주에서 우연히 노천 온천이 발견되었다. 피부병에 특효가 있어서 많은 사람이 병을 고치니 소문이 퍼져 나갔다. 그래서 당시 수도인 개경에서 많은 벼슬아치들이 찾아와 온천욕을 했다. 수주의 사또는 그들을 접대하기 위해 각 고을의 대표들을 불렀다.
“고관들에게 잠자리와 좋은 음식을 해 드려야 한다. 그러니 고을마다 돈을 거둬라.”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고을 대표들은 그렇게 대답하고 개경에서 온 고관들을 정성으로 대접했다. 그러나 그것이 자꾸 반복되고 농사일이 바쁜 시기에도 그들이 찾아와 크게 방해가 되었다.
“온천 때문에 못살겠네. 온천이 있는 것이 우리 백성들에게는 행운이 아니라 짐만 될 뿐이야.”
백성들은 중얼거렸다.
그러던 중 몽고 군대가 쳐들어와 모두들 피난을 가게 되었다.
늦게 피난을 떠난 농부 하나가 그 온천을 메워 버렸다. 
“에잇, 근심거리니 차라리 없애는 게 낫지.”
전란이 끝나 다시 돌아온 수주 사또는 온천이 없어진 것을 알고 당황하여 명을 내렸다.
“모두 나서라. 어서 온천을 다시 찾아라.”
그러나 온천은 수맥이 영영 묻혀 버려 다시 발견되지 않았다.
조선 세종 때의 부평 부사는 백성들을 동원해 전설이 남아 있는 마을 이곳저곳을 파헤쳤다. 조짐이 있는 곳은 열 길 스무 길 파들어 갔다. 그러나 역시 온천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평 부사는 실망하여 고개를 흔들었다.
“온천을 찾아 전하의 병을 고쳐 드리고 나도 덕분에 더 크게 입신 출세를 하려 했더니 다 틀렸군.”
그는 자신이 온천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기록한 일지를 조정에 올렸다. 조정에서는 더 이상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2백년이 지나 인조대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였다. 부평 땅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어느 날 평지가 갑자기 열길이나 꺼져 버렸다. 사람들은 이것이 큰 재앙이라 여겨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토지신이여, 노여움을 풀고 우리 마을에 불행한 일이 없게 해주십시오.”
제사 덕인지 더 이상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구덩이에 흙을 메워 다시 평지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2백 년 전에 묻혀버린 온천에 대해 말했다.
“온천 때문일지도 몰라. 바로 이 자리가 온천일지도 모르는 일이야.”
“이백 년 전에 온천을 찾는다고 여기저기 땅을 파헤쳤기 때문에 이번에 꺼져 내린 것일 게야.”
이때에도 사람들은 전설 속의 옛 사람들처럼 온천이 발견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쉬쉬 하며 온천에 대해 더 말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부평 땅에 있었다는 온천은 전설과 함께 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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