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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코박굴 코바위의 전설

작성자
옛날 옛적에 인천은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4935

지금의 부개동은 옛 지명이 마분리(馬賁里)였다. 아마도 큰 말무덤이 있어서 그렇게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의 부평동 일대는 대정리(大井里)였는데 그 뜻으로 보면 큰 우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정리에 코박굴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 뒷산에 마치 사람의 코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그런데 어느 해 대정리 사람 하나가 비에 젖은 멍석을 말리려고 코바위를 덮었는데 그때 마을에 남자들이 죽어 젊은 과부들이 생기고 여자들이 바람이 나는 현상이 생겼다.
마을 사람들의 점을 쳐 주는 무당이 말했다.
“코바위는 남자들의 생식기를 뜻하는 것이야. 그런데 그걸 덮으니까 음양의 조화가 어그러져 여자들이 바람이 난 것이야.”
사람들은 그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꺼림칙하여 멍석 말린 사람에게 얼른 그것을 치우게 했다.
“불행한 일 더 일어나기 전에 어서 그걸 치우게.”
“알았어요. 나는 멋모르고 한 일이지만 정말 그 때문에 일이 생기면 안 되지요.”
멍석 말린 사람은 당장 그것을 걷었다.
그런데 이 미신에 빠진 근거 없는 말은 뜻밖의 사태를 불러왔다. 어느 날 밤중에 누군가가 이엉으로 다시 코바위를 덮었던 것이다.
“도대체 누가 그걸 덮었단 말인가.”
대정리 마을 남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얼른 그것을 걷었다.
그런데 사흘 뒤 밤중에 누군가가 또 이엉으로 코바위를 덮은 것이었다.
대정리 마을 남자들은 화가 났다.
“우리 마을에 불행이 덮치기를 바라는 나쁜 놈들이 한 짓이 분명해.”
그들은 밤중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달빛이 희미하게 세상을 비추는데 지게에 이엉을 얹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대정리 남자들은 살금살금 그들 뒤를 따라 갔다. 이엉을 지고 온 사람들은 낄낄거리며 자기들끼리 말했다.
“코바위에 이엉을 덮으면 여자들이 바람이 난다니 우리 마분리 남자들한테는 얼마나 좋은가 말이야. 어서 가서 덮으세. 그리고 이 마을 여자들이 바람나기를 기다리세.”
대정리 사람들은 그들을 덮쳤다.
“이놈들, 우리는 마분리가 이웃이라 친목과 우애를 지켜 왔는데 코바위를 덮다니. 우리 마을 남자들이 죽고 여자들이 과부가 되고 바람나는 게 그렇게 좋단 말이냐!”
“아이쿠, 장난삼아 한 것이외다.”
마분리 사람들은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사과했지만 속절없이 대정리 남자들에게 매를 맞는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사이좋게 살아 온 두 마을 사이에 심각한 분쟁으로 발전했다. 마분리 사람들은 대정리 사람들이 마을을 관통하는 한 길을 걸으면 통행세를 내라고 트집을 잡았고, 대정리 사람들은 논의 물꼬를 보면서 물이 마분리로 흘러가지 않게 수로를 막았다.
두 마을 사람들은 장터에 가서도 눈을 흘겼고 연날리기 하는 소년들도 마주치면 서로 붙잡고 싸움을 했다.
“너희 마을은 남의 불행에 좋아서 춤추는 나쁜 마을이야. 네놈들도 속셈이 그럴 거야.”
“물꼬를 막아 버리는 마을은 더 나쁜 마을이야. 네놈들도 그런 욕심쟁이일 거야.”
사태가 이렇게 발전하자 오랜 세월 우정을 지켜온 두 마을의 원로들이 만났다. 자기 마을에서 현명하고 선량하다는 평판을 듣는 노인들이었다.
마분리 노인이 말했다.
“여보게, 우리 마을은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하네.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대정리 노인이 말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 당한 것 같은 기분을 안고 살아.”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지혜로운 결정을 내렸다. 먼저 사단을 일으킨 마분리 사람들이 음식을 마련해 두 마을이 모두 모이는 잔치를 마련했던 것이다.
“아무리 장난이었지만 우리가 잘못했네.”
“아닐세. 그랬다고 심하게 때린 우리가 더 잘못이네. 사실은 근거 없는 미신 이야기였는데 말일세.”
두 마을 사람들은 음식과 술을 서로 권하며 마음을 풀었다. 아이들도 어깨동무를 하고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우정을 되찾았다.
그 뒤 두 마을은 어느 곳보다도 더 우애 있게 지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부평 지방이 도시화되면서 그 코바위도 불도저에 밀려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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