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동 여무실(女舞室)
남동구 도림동에 여무실이라는 동네가 있다. 한자로는 ‘女舞室’이라고 쓰는데, 해석을 하자면 ‘여자가 춤추는 방(집)’이 된다. 이에 대해서는 이곳에 사람들이 커다란 집을 지어놓고, 처녀들을 뽑아와 노래와 춤을 가르친 뒤 기생이나 무당으로 키웠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는 해석이 있다. 또는 무당이 이곳에서 굿을 하고 춤을 추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둘 다 비슷한 해석이지만, 그 집이 언제 어디쯤 있었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못하니, 그저 지금의 이름을 가지고 만들어 붙인 정도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하는 사람들은 또 인천 시내에 이곳과 함께 서구 연희동(連喜洞)이 이름에 ‘계집 녀(女)’자가 들어가는 단 두 곳의 동네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연희동도 원래 신라시대에 처녀를 뽑아 베 짜는 방법을 가르친 곳이라 ‘여희동(女姬洞)’이라 했었는데, 조선시대 들어와 남존여비 사상으로 ‘계집 녀’ 글자를 꺼리게 돼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만들어낸 것으로 보일 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는 얘기다. 이보다 ‘여무실’에서의 ‘실’은 집이나 방을 뜻하는 한자 ‘室’이 아니라, 골짜기를 뜻하는 우리 옛말로 보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할 듯하다. 이는 이곳의 지형이,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여러 개의 자그마한 동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이 옛말 ‘실’은 이제는 일상 생활에서 사라져 버린 말이다. 하지만 땅 이름에는 화석처럼 곳곳에 남아 있는데, ‘밤실’ ‘버드실’ ‘곰실’하는 식으로 특히 산을 끼고 있는 내륙 산간지방에 많이 남아 있다. 흔히 쓰는’실개천’이라는 말의 ‘실’도 ‘바느질할 때 쓰는 실처럼 가느다란 개천’이 아니라 ‘골짜기에 흐르는 개천’이라는 뜻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실’의 발음이 바뀌어 ‘귀일’ ‘쇠일’ ‘대일’처럼 ‘일’로 나타나는 지명도 많은데 뜻은 모두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석하고 보면 나머지 ‘여무(女舞)’도 한자의 뜻 그대로 해석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생긴다. 이 때문에, 전혀 고증할 방법이나 자료는 없지만, 차라리 ‘여무’를 ‘여우’에서 발음이 바뀌거나, 와전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 ‘여무실’은 ‘여우골(짜기)’이 변한 것이 되는데, 이런 이름은 곳곳에 흔하고, 실제로 이곳 지형으로 봐도 옛날에 여우 정도는 흔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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