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호구포(虎口浦)
남동구 논현동 서남쪽에 있는 호구포(虎口浦)는 이름 그대로 ‘호랑이의 입처럼 생긴 포구’라는 뜻이다. 지금은 많이 쓰이지 않지만 ‘범아가리’가 바로 호구포의 순 우리말 이름이다. 예전에 호구포는 말 그대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포구였다. 전설에는 이곳서 멀지 않은 소래 오봉산(五峰山) 기슭에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으르렁거리는 모양의 검고 큰 바위가 있어 호구암(虎口巖)이라 불렀고, 이 때문에 호구포라는 이름도 생겼다고 한다. 호구암은 바다 건너 대부도를 향해 있어 대부도에서는 개를 키우면 바로 죽어버렸다는데, 실제 그 지형으로 보아서는 타당성이 없고, 그저 누군가가 재미있게 꾸며낸 얘기일 뿐이다. 엇비슷한 전설로 이런 얘기도 전한다. 호구암 맞은편인 경기도 안산의 산기슭에 옛날 어떤 세도가들 집안의 산소가 여럿 있었는데, 그들 집안의 자손들은 제대로 대(代)를 잇지 못했다고 한다. 집안 사람들은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하고 답답해하기만 했는데, 한 풍수쟁이가 산소 건너편 호구암이 입을 크게 벌리고 산소를 삼키려 드는 모양이라 그렇다고 하였다. 이에 그 집안 사람들이 호구암의 입 부분을 도끼로 때려 없앴더니 그 뒤로 자손이 번성했다는 얘기인데, 지금은 호구암이라는 바위가 진짜 있었는지도 잘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이는 모두 전설일 뿐일 터이고, 실제로는 이곳의 지형이 바다 쪽에서 안으로 파고 들어와 호랑이의 입처럼 생긴데서 동네 이름이 유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이 매립되기 전인 1918년 일제가 발행한 지도에 보면 호구포 일대의 모양이 실제 호랑이의 입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1920년대에 들어 호구포 앞 바다에 버려져 있던 개펄을 이용해 남동염전이 만들어지면서 호구포는 그 원래의 모양을 잃어버렸고, 그나마 지금은 남동공단이 들어서 더욱 모양이 바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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