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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벌거벗은 여인상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4759
관광객들이 강화도에서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전등사다. 기록에 의하면 이 절은 4세기 후반, 즉 지금으로부터 약 1700여 년 전에 세워졌다. 전등사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대웅전 추녀 밑에 보이는 이상한 모습의 나무 조각상이다. 사람들은 이를 참회의 나녀상이라 부른다. 즉 자신의 잘못을 반성
하는 벌거벗은 여인의 모습이란 뜻이다.
옛날, 대웅전을 고쳐 지을 때 이야기다. 이 일을 맡은 사람 중에 마음씨 착한 노총각 목수가 한 사람 있었다. 아침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일을 마치는 일과가 반복되던 어느 저녁, 그는 절 밑의 마을에 내려갔다. 그곳 주막에 들러 고향 생각을 하며 술을 마시다 그만 주막집 아가씨와 마음이 맞아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노총각이 주막을 찾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깊어갔고 드디어 둘은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다.
노총각은 매달 나오는 그의 품삯을 모두 그녀에게 맡겼다. 앞으로 그의 아내가 될 사람이니 집안 살림은 그녀가 맡아서 해 달라는 뜻이었다.
목수는 하루하루 정성을 들여 대웅전 공사를 하게 되었다. 얼마 뒤의 결혼을 생각하니 하는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대패를 잡은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대웅전 공사가 끝나는 날, 노총각은 사랑하는 아가씨와 함께 고향 부모님을 찾아간다는 기대감으로 주막을 찾아갔다. 그러나 평상시에 반갑게 맞아 주던 아가씨는 보이지 않고 늙은 주막집 주인이 근심스런 얼굴로 노총각을 대신 맞이했다. 그리고는 너무나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총각, 어떡허우. 그 계집이 그만 어제 밤 늦게 도망을 갔지 뭐유.”
목수는 그 자리에 그만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결혼을 약속한 그 착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이 맡겨 놓은 돈을 모두 가지고 도망을 간 것이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엄청난 일에 그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맡겨 놓은 돈도 아까웠지만 목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 것은 장래를 약속했던 여자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며칠 동안 술에 취한 채 거리를 헤매던 목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결심했다.
“그 여자에게 복수를 해야겠다. 이 넓은 세상에서 그녀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나무를 깎고 집을 짓는 일 뿐이니 이것으로 그녀에게 복수를 해야겠다.”
목수는 약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의 벌거벗은 모습을 나무 조각상으로 만들어 지붕의 추녀 밑에 집어넣기로.
목수는 그녀의 조각상을 만들면서 이러한 마음을 가졌다.
첫째, 그녀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영원토록 창피를 당할 것.
대웅전을 찾는 사람들 모두가 그녀의 벌거벗은 모습을 쉽게 쳐다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둘째, 그녀가 영원히 무거운 짐을 지고 신체적으로 고통을 당할 것.
기와집의 지붕은 상당히 무겁다. 그것을 무릎을 쭈그리고 앉아 두 손으로 받치고 있으면서 두고두고 육체적 고통을 받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셋째, 영원히 그 자리에서 자신이 지은 죄를 회개할 것.
아침저녁 스님들이 대웅전에서 부처님에게 예불을 올릴 때, 좋은 말씀을 가장 가까이서 듣고 회개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한 마음으로 목수는 네 개의 벌거벗은 모습의 여인 조각상을 만들어 대웅전 지붕 밑 네 귀퉁이에 집어 넣었다. 지금도 대웅전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대웅전 앞에서 이 조각상을 보며 목수와 여인의 안타까운 사랑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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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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