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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나무꾼이 왕이 되다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4240
강화읍에는 용흥궁(龍興宮)이라는, 그리 크지 않은 기와집이 한 채 있다. 원래는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집에 살던 원범이라는 열 아홉 살 나무꾼이 왕이 되면서, 초가집은 기와집으로 고쳐졌다. 그리고 집 이름도 용흥궁이라 지어졌다.
용(龍)은 왕의 상징이다. 그래서 왕의 얼굴을 용안(龍顔), 왕이 앉는 자리를 용상(龍床)이라고 한다. 그러니 용흥궁은 ‘왕이 나온 집’이란 뜻이 된다.
원래 다음 왕이 될 사람, 즉 왕세자는 대궐 안의 동궁(東宮)이란 곳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왕세자도 아닌 강화도의 한 나무꾼이 어떻게 왕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는 왜 강화도에서 나무꾼으로 살고 있었을까?
원범의 집안은 원래 강화도의 농부가 아니고 왕실의 핏줄을 지닌 왕족이었다. 원범의 큰 할아버지는 정조 임금이고 사도세자는 그의 증조할아버지다. 정조의 동생이자 원범의 할아버지 은언군이 원범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강화도에 귀양을 오면서 강화도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 후 은언군과 그의 처, 며느리가 천주교를 믿었다는 죄로 목숨을 잃게 된다. 그리고 후에 원범의 아버지 전계군은 반역죄로 몰려 다시 강화도로 귀양 오게 되고, 얼마 뒤 목숨을 잃게 된다.
원범의 집안은 반역자의 집안이 되는 셈이다.
1849년 어느 날, 헌종 임금이 아들 하나 없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다음 왕을 이어갈 왕세자가 없는 셈이었다. 이때 나라의 가장 큰 어른이 된 순원왕후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여러 대신들은 나라의 앞날을 신중히 생각하여 다음 왕통을 이어갈 사람으로 누가 가장 적당한지 추천해 주기 바라오.”
그러나 대신들은 두 패로 나뉘었고 회의는 결말이 나지 않았다.
모두 다음 왕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자신들의 출세길이 결정되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회의는 다시 열렸고 이 자리에서 순원왕후가 결정을 내렸다.
“여러 대신들의 이야기는 잘 들었소. 왕의 자리는 하루도 비워둘 수 없는 자리이기에 오늘 결정하겠소. 다음 왕통은 강화도에 있는 원범이 이어가는 것으로 하겠으니 여러분의 많은 협조를 바라오.”
그리하여 헌종 임금의 7촌 아저씨뻘이 되는 강화도의 원범이 다음 왕으로 결정되었다. 원범을 모시러 갈 일행이 서둘러 강화도로 떠났다.
원범은 뒷산에서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원범의 초가집에 도착했을 때, 먼 발치에서 이 광경을 본 원범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평소 아버지가 세 아들에게 하시던 말씀,
‘너희들은 나라의 관리, 특히 포졸들을 조심해야 한다’가 생각난 것이다. 원범이는 그 사람들이 자기를 잡으러 온 것이라 생각하고 큰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떨리는 가슴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관리의 우두머리가 나섰다.
“여러분들, 이 집에 사는 원범이가 다음 왕통을 이어갈 사람으로 결정이 났으니 어서 원범이를 찾아오도록 하시오.”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평소 원범이가 존경하며 따르던 한 할아버지가 나무 뒤의 원범이를 발견했다.
“원범아, 저 분들은 너를 해칠 사람들이 아니다. 네가 우리 나라의 다음 왕으로 결정되어 너를 데리러 온 사람들이다.”
할아버지와 관리들의 계속된 설명과 설득으로 원범은 천천히 겁먹은 얼굴로 한 걸음씩 나섰다.
주위에 몰려 있던 주민들이 두 손을 높이 쳐들며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와! 강화도에서 나라님이 나셨네. 만수 무강하십시오.”
원범은 그 일행들을 따라 바로 한양으로 향했고, 곧 왕위에 오르니 이분이 조선의 25대 철종 임금이다. 헌종 임금이 죽고 사흘만에 조선의 새 왕이 탄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철종 임금을 ‘강화도령’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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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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