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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함허대사와 각시바위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2053
함허대사(涵虛, 1376~1433)는 무학대사의 제자로 고려 말 조선 초기의 큰스님이다.
함허대사가 스님이 되었을 당시는 나라에서 불교를 멀리하던 때였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불교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없애고 불교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많은 공부와 노력을 했다.
강화도의 남쪽에는 아름다운 절이 하나 있다. 처음에는 정수사(精修寺)라 했으나 함허대사가 이곳을 고쳐 지을 때 한 쪽에서 맑은 물이 솟아올라 ‘깨끗할 정(淨)’, ‘물 수(水)’자를 써 정수사(淨水寺)라 고쳐 불렀다.
함허대사가 정수사 인근의 계곡에서 수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젊은 부인이 정수사를 찾아와서 머뭇거리며 말을 했다.
“혹시 이곳에 유(劉) 씨 성을 가진 스님이 계시지 않는지요?”
함허대사의 고향에서 그의 부인이 찾아온 것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편이 공부를 한다고 나간 뒤로는 몇 년이 지나도 연락조차 없자 먼 길을 걸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계곡에서 수양을 하고 있던 함허대사에게 정수사의 어린 동자승이 헐레벌떡 찾아와 말을 전했다.
“스님, 고향에서 부인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어서 가 보시지요.”
“무엇이?”
함허대사는 잠시 놀라는 눈치였으나 곧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동자승에게 말했다.
“내가 몇 자 적어 줄 터이니 이 글을 그 부인에게 전해 주어라.”
그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았다.
‘부인, 미안하오. 그러나 세상에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고 만나는 자는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것이 인생이요. 헤어진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오. 이 괴로운 이별을 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만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오. 또한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른 나의 수도가 부인을 만남으로 해서 깨어질까 두렵소.
그러니 부인은 야속하다 생각하지 마시고 이 길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주길 바라오.’
동자승은 이상하다는 듯이 편지를 받아 들고 계곡을 내려왔다.
그러나 부인의 생각은 달랐다. 여자가 한 남자와 인연을 맺었으면 죽음이 둘 사이를 갈라 놓을 때까지는 헤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부인은 곧 함허대사가 수도를 하고 있는 계곡으로 향했다. 산속 골짜기 넓은 바위 위에 남편이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부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보, 접니다. 당신의 마음은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당신 얼굴이나 한번 보고 떠나겠으니 이쪽으로 얼굴이나 돌려 보세요.”
그러나 부인을 만나면 여태까지 수도한 것이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한 함허대사는 정과 망치를 들고 계곡 넓은 바위 위로 올라가서 거기에다 글자를 새기기 시작했다. 계곡은 산과 물이 묘한 조화를 이룬 빼어난 경치로 사람들이 흔히 동천(洞天)이라고 부르고 있는 곳이었다.
“쨍, 쨍.”
함허대사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망치질을 했고 그 소리는 계곡으로 퍼져 나갔다. 글자가 ‘함허동(涵虛洞)’자까지 새겨졌을 때였다. 뒤에서 이 모습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던 부인이 말을 했다.
“여보, 수도하는 사람은 자기 부인도 모릅니까? 깨달음을 얻어서 무엇에 쓰려고 그러십니까? 진정 당신 뜻이 그러시다면 제가 떠나겠습니다.”
계곡을 빠져 나온 부인은 바닷가로 향하면서 울먹이며 말했다.
“여보, 저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영혼이나마 이곳에 남아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빌겠습니다.”
부인은 정수사가 바라보이는 바닷가에 몸을 던졌다. 그러자 갑자기 바다에 큰 물결이 일어나며 그 자리에 바위 하나가 솟아올랐다. 훗날 사람들은 그 부인의 영혼이 바위로 변했다 하여 각시바위라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도 계곡 바위에는‘함허 동천 (涵虛洞天)’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고, 정수사 오른편 언덕에는 함허대사의 부도가 앞 바다의 각시바위를 바라보는 곳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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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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