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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은 골자기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2009
소연평도 월출봉 앞 부채산 밑에 맑은 물이 흐르고 경치가 빼어난 골짜기가 있다. 이곳에는 조선조 19대 숙종 때의 문신 서포 김만중(金萬重)부부의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김만중은 재상을 지낸 사람으로 효성이 지극하고 청렴 결백하였으며 충성심 또한 깊어 숙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숙종은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친히 김만중을 불러 의논을 하곤 했다.
그러나 김만중은 간신들의 모함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재상자리에서 쫓겨나 매일 피난처를 찾아 도망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어느 날은 황해도로, 또 어느 날은 충청도로 삼천리 강산을 두루 돌아다녔다. 그러나 어디에든 역적 김만중을 찾는 방이 나붙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깊은 산 속 허름한 초가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 초가집의 주인은 마음씨 곱고 덕망 높은 선비로서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는데 10년 전에 이를 시기하던 나쁜 무리에게 쫓겨 이 산 속에 숨어 살고 있었다. 처지가 비슷한 이 둘은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김만중은 머리맡에 있던 『정감록(鄭鑑錄)』이란 책을 들여다보는데,
“삼천리 강산 중 배꼽섬(연평도)에서 백 사람의 목숨을 구하리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김만중은 안전한 피난처로는 땅이 끊어지고 하늘만 통한 소연평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부인의 패물을 팔아 단두리배(지금의 큰 배)를 사고, 먹을 양식을 사고, 또 일상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물건을 더 챙겨서 소연평도를 찾아 뱃길을 떠났다.
꽤 오래 서해 바다를 헤맨 끝에 소연평도 해안가에 닿았다. 배에서 물건을 내리고 김만중은 집을 지을 만한 곳을 찾아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본 후 월출봉 앞 부채산 밑 양지바르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 집 터를 잡았다. 거기에 작은 초가집을 짓고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 구덩이를 파서 우물을 만들었다. 또 작은 마당 한 구석에는 예쁜 화초도 심어 놓았다.
이렇게 정착한 김만중 부부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했다. 이웃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서 도와 주며 위로해 주고 아픈 사람이 있으면 간호도 해 주었고 또한 동네 아이들을 무척 귀여워했다.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동네 사람들은 김만중 부부를 찾아와 의논하곤 했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에 김만중 부부는 항상 쪼들리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부부는 골짜기 너머 작은 들을 일구어 밭을 만들고 그곳에 감자를 심어 그것으로 겨우 생계를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이 밭에 나가 일을 하는데 그날따라 목이 말라 잠시 집에 돌아와 물을 마시려고 우물가로 갔는데 뜻밖에도 우물물이 말라 버린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부인이 우물 바닥을 살펴보니 오지동이(장독) 꼭지 같은 것이 보이는 것이었다. 부인이 그것을 파내어서 뚜껑을 열어 보니 그 안에는 은이 가득 차 있었
다. 부인은 김만중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남편이 우물가에 왔을 때는 오지동이 안에는 맑은 우물물만 차 있었고 우물 안에도 평상시와 똑같이 맑은 물만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 부인은 한참 멍하니 서 있다가 자신의 손등을 꼬집어 보았다. 따끔한 것이 꿈이 아니었는데, 너무나 신기한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헛것을 본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밭으로 일하러 나갔다.
다음날 새벽, 부인이 밭에 나갔더니 밭 저쪽에서부터 짙은 안개가 사방을 뒤덮어 오고 있는 것이었다. 부인은 이상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둘러 부채산 골짜기를 넘었다. 그때였다. 저쪽에서 봇짐을 멘 삼십대 엄지락 총각이 걸어오고 있었다. 먼길을 걸었는지 무척 피곤한 모습이었으나 짙은 눈썹 밑의 총기 어린 눈에서는 밝은 빛이 뿜어 나오는 듯했고 양미간은 범상치 않은 기운이 어려 있었다. 이내 총각은 부인에게 다가오더니 공손히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겸손한 자세로 말했다.
“제가 요기할 수 있는 것을 조금 주신다면 그 답례로 은을 드리겠습니다.”
부인은 낯선 총각의 엉뚱한 말이 이상하기도 하고 무서운 생각도 들었으나 배는 고픈데 먹을 것이 없어 저렇게 부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총각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부인은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김만중은 또 부인이 허튼소리를 한다며 핀잔을 주고는 그 총각에게 대접이나 잘해 주라고 했다. 부인은 남편에게 두 번씩이나 핀잔을 들은 것이 속상했지만 부엌으로 가서 정성스레 밥상을 차려 총각에게 가져다 주었다. 총각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게걸스럽게 먹었다. 배불리 음식을 먹은 총각은 부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우물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 마시고는 유유히 떠나가 버렸다.
총각이 떠난 후에 부인이 혹시나 하고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우물 안이 은으로 가득한 은 구덩이로 바뀌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총각이 간 곳을 바라보니 그의 모습은 벌써 사라지고 골짜기 역시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것이 김만중 부부의 착하고 고운 마음씨가 하늘에 전해져 그들을 도운 것이라 하며 입을 모아 그들 부부를 칭송했다. 그 후로 김만중 부부는 넉넉해진 살림으로 더 많은 선행을 하며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지금도 그 골짜기를 은 골짜기라 부르고 있으며 은 구덩이로 변했다는 그 우물물은 지금까지 은빛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다 한다.
또한 그 우물물은 동네 사람들이 약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동네 사람 모두가 은 골짜기의 물을 장수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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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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