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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능허대와 한나루의 기생 바위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4503
능허대는 백제가 한강 하류까지 세력을 크게 확장하면서 고구려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추진하던 시절, 두 나라 사이의 바닷길을 연결해 사신들이 오고가던 전초 기지 같은 곳이다. 오늘날 작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 옥련동의 능허대 일대가 바로 당시 백제 사신들이 중국으로 떠나던 곳이다.
능허대 인근의 나루터는 우리말로 한나루라고 불렀는데, 크다는 뜻의 순 우리말 접두사‘한’에 배가 닿고 떠나는‘나루’가 합쳐진 복합어이다. 이것을 의미 그대로 한자로 표기한 것이 ‘대진(大津)’이고 ‘한’을 음 그대로 한자로 쓴 것이 ‘한진(漢津)’이다.
지금도 한진 어촌계니 하는 한자 명칭이 남아 있다.
당시 백제는 중국과 육로를 통해 교류하려고 했지만 북쪽의 고구려가 가로막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바다로 중국과 통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지금의 경기도 광주에 도읍을 하고 있던 백제는 한나루에서 배를 띄운 뒤 덕적도를 거쳐 산동반도의 등주나 래주에 도달하는 가장 가까운 이 해상로를 택했던 것이다.
백제가 중국과 교류를 시작한 것은 근초고왕 27년(372)으로 그 후 백제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됐는데, 능허대 한나루를 통해 사신이 오간 기간은 근초고왕 때부터 개로왕 때까지의 100여 년 동안이다. 이 한나루는 조선 광해군 때까지도 배가 드나드는 나루터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사신들은 이곳까지 오기 위해 수도를 떠나 지금의 남동구 만수동 일대 별리현을 넘은 뒤, 문학산과 연경산 사이 삼호현을 거쳐 능허대로 왔다고 하며, 이 때문에 이 길에도 애틋한 내용의 몇 가지 전설들이 전해져 온다.
그날 사신 일행이 삼호현을 돌아와 능허대 한나루에 도착해 배를 준비할 때 갑자기 저 서쪽 해상에서부터 비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나리, 이것 보세요. 날씨가 이렇게 사나운데 어떻게 그 먼 곳까지 배를 띄우신단 말씀입니까? 저 비바람이 잔잔해질 때까지만 머물다 가세요.”
이마가 희고 눈이 별빛 같은 젊은 기생 하나가 사신 중 가장 높은 사람에게 간청하는 것이었다.
“나라의 일이 바쁜데 큰일이로구나. 여봐라, 사공아, 이런 날씨에 배가 갈 수 있겠느냐?”
“아이고, 나리 마님, 제가 수십 년 뱃사공 노릇을 했습니다만 이런 날씨에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사옵니다. 바람이 좀 잦아진 뒤에 떠나심이….”
“허허. 하는 수 없구나. 알겠다.” 
사신들도 실상 마음이 착잡하기는 했다. 떠나 온 가족과 식구들 생각도 그렇고 앞으로 험한 바다를 건너 중국에 가서 할 일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리, 기왕 머무르시는 동안, 술상이라도 보시면서 시름을 놓으시는 게 어떠하신지요?”
좀 전의 그 앳된 기생이 말했다.
“오냐. 그러려무나.”
그렇게 벌써 이레째 되는 날이었다. 그날은 아주 씻은 듯이 날이 맑고 때맞춰 순풍까지 불어 주었다. 이제 출발의 시간이 온 것이다.
“나리,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그리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여기서 소녀를 죽여 주시고 떠나십시오.”
“이 무슨 말이냐? 국사가 중하거늘, 내 어찌 사사로운 정분에 끌려 너를 중국으로 데려갈 수 있다는 말이냐? 어서 물러서라.”
젊은 기생은 사신의 발아래 엎드려 울고 있었다. 정작 사신이 떠나는 날이 오자 그 동안의 정분을 아쉬워한 나머지 울며 매달리는 것이었다.
배는 벌써 서해를 지나 까마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기생은 바위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서쪽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는 몸을 던져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때부터 한나루 언덕의 이 바위를 기생바위라고 불렀다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몇 가지 이 일대에 얽힌 전설이 있는데 백제의 사신을 따라온 애첩이 임을 보낸 뒤 이별을 슬퍼하며 이곳 바위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도 그 중 한 가지로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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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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