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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헛수고로 돌아간 산신 우물가의 백일 기도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3402
수채골은 옛 문학초등학교 교장 사택 뒷산 작은 골짜기를 말하는데 이곳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이 우물을 사람들은 ‘산신(産神) 우물’이라는 이름 그대로 아기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었다. 이 우물가에서 치성을 다해 백일 기도를 드리면 태기가 없던 사람도 아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우물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 마을에 아이를 가지지 못한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세상 아무런 부러울 것도, 걱정할 것도 없었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아이가 없는 것이 근심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는 이 수채골 산신 우물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여보, 수채골 산신 우물 이야기 들었어요? 정성으로 백일 기도를 드리면 삼신할머니께서 아기를 점지해 주신다는군요. 우리처럼 아이가 없던 부부가 여럿이나 치성을 드리고 옥동자를 얻었다고 합니다.”
“아니, 그게 정말이요? 이보다 더 반가운 이야기가 어디 있겠소? 귀가 다 번쩍 팁니다. 어서 당장 내일부터 치성을 드립시다.”
두 부부는 산신 우물의 내력을 듣고는 당장 그 다음날 밤 자정부터 목욕 재계를 하고는 우물가에서 삼신할머니께 치성을 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 밤 지극한 정성을 다한 끝에 드디어 백 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새벽이 되어 두 부부는 기도를 마치고 골짜기를 내려와 부지런히 집으로 향했다.
두 부부는 이제 산신의 영험을 받아 아기를 낳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 때문에 크게 기쁨에 부풀었고 발걸음도 날아갈 듯 가벼웠다.
“자, 어서 집으로 갑시다. 산신님께서 우리의 소원을 틀림없이 들어 주실 거요.”
“아무럼요. 틀림없이 옥동자를 점지해 주실 것입니다.”
두 사람은 억누를 수 없는 흥분 때문에 이렇게 서로 소리 내어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입을 다물었다. 쓸데없는 입놀림이 어쩐지 산신님의 영험을 가시게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부부는 경건하고 조심스러운 몸가짐으로 골짜기를 내려왔다.
그런데 두 부부는 그때 우연히 동네 아낙을 만나게 되었다. 아낙은 아침밥을 짓기 위해 우물로 물을 길러 가는 길이었다.
“어머나, 이게 누구세요. 아니, 이 신 새벽에 어디들 다녀오십니까?”
뜻밖에도 그 새벽에 동네 아낙이 나타나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오는 데 대해 두 부부는 당황했다. 부부끼리도 말을 아끼고 입을 다물었는데 난데없이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던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하필이면 여자가.
그러나 두 부부는 여기서 이러니저러니 말대답을 하는 것은 틀림없이 백일 기도의 효험을 없애는 부정한 결과가 될 것 같아 전전긍긍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런 영문을 모르는 아낙은 상대가 인사를 받지 않는 것이 몹시 민망스러워 그냥 지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열 달이 지나 참으로 뜻밖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백일 동안이나 온갖 정성을 드려 치성을 한 부부에게는 끝내 태기가 없고, 그날 물을 길러 가다가 새벽에 만나 인사를 건넸던 그 아낙에게서는 떡두꺼비 같은 옥동자가 태어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백일 기도의 치성이 그 아낙에게 옮아 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전설은 우리 전래의 자식에 관한 조상들의 사상을 보여 준다. 자식은 대를 잇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며 자식을 얻는 일은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고 하늘의 뜻(산신)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람의 팔자와 관계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생각으로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곰곰이 뜯어 볼 내용도 있다고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수채골’은 그 발음으로 보아 ‘수태골’이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수태는 ‘수태(受胎)’, 즉 여자가 아기를 가진다는 의미인데 이것이 우리 국어의 발음 현상인 구개음화로 인해 ‘ㅌ’이 ‘ㅊ’으로 변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골짜기의 전설과 훨씬 부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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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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