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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한들방죽에 거지를 생매장하다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2221
백석동의 한들방죽은 거지방죽이라고도 부른다. 
서곶과 검단의 해안 쪽이 거의 다 그러하지만 이곳도 지난날 바닷물이 드나드는 드넓은 갯벌이었다. 한들 마을 앞의 갯벌은 경사도가 낮아 썰물 때면 어머어마하게 넓게 드러났다.
조선 말기는 나라 경제가 빈약해져서 대규모 제방 공사를 할 수가 없었다. 서울의 돈 많고 권세 높은 사람들이 둑을 막고 간척을 하려 했으나 뻘이 깊어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갯골 매립은 힘들었다.
갯골은 갯벌 가운데 이리저리 뱀처럼 굽어진 채로 뚫려 있는 골짜기인데, 대개는 육지에서 큰 시내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어 바다 가운데로 나아간다. 그리고 밀물과 썰물이 가장 빠르게 드나드는 곳이다.
한들방죽의 축조에도 이 갯골이 문제였다. 어느 날 현장 감독을 맡은 책임자가 다시 무너진 둑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다. 탁발에 나선 스님 하나가 바랑을 메고 지나갔다.
현장 감독은 스님의 바랑에 돈을 넣으며 말했다.
“스님, 제발 부탁이오니 둑이 무너지지 않게 기원이나 해 주십시오.”
스님은 그 자리에 서서 목탁을 두드리며 기원을 했다. 그러나 돌아가기 위해 목탁을 거두면서 한 마디했다.
“물길을 막는 길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감독은 스님의 가사 자락을 움켜잡았다.
“스님, 그게 뭔가 가르쳐 주십시오.”
스님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
감독은 무릎을 꿇었다.
“스님, 이 방죽을 막으면 수만 명이 굶어 죽지 않고 살 수 있지 않습니까. 제발 가르쳐 주십시오.”
스님은 다시 목탁을 꺼내 두드리며 나무아미타불을 외고 나서 입을 열었다.
“사람을 희생시키는 수밖에 없소이다. 신라 때 저 서라벌의 에밀레종을 만들 때 쇳물에 사람을 넣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스님은 목탁을 치며 홀연히 가버렸다.
감독은 밤새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그 뒤 열흘이 걸려 다시 막은 둑이 또 무너지고, 또다시 열흘이 걸려 막은 곳이 또 무너졌다.
게다가 겨울이 눈앞에 다가와 찬바람이 칼날처럼 몰아쳤다.
공사장에 가끔 찾아와 일꾼들이 점심을 먹을 때 배를 채우고 가는 장쇠라는 총각 거지가 하나 있었다. 오랜만에 공사장에 찾아와 구박을 받으며 찌꺼기를 얻어먹는 것을 바라보던 감독은 장쇠를 불러 앉혔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배가 터지게 고기 반찬을 먹어 보는 것입니다요.”
“실컷 먹으면 죽어도 좋으냐?”
“죽어도 좋습니다요.”
감독은 그날부터 떠돌이 거지 장쇠에게 쌀밥과 고기 반찬을 배부르게 먹였다. 그러면서 일꾼들에게 둑 쌓을 돌과 흙을 날라 오게 했다. 이레가 되어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감독은 장쇠에게 술을 잔뜩 먹였다. 장쇠는 취해 쓰러졌다.
감독은 바다의 신과 토지신에게 술을 올리며 기원했다.
“저희의 제물을 받으시고 이제 바닷물을 막게 도와 주소서.”
감독이 절을 하자마자 일꾼들을 소반상의 제물들과 함께 술에 취한 떠돌이 거지 장쇠를 갯골에 던졌다. 그리고는 신속히 돌과 흙으로 메워 버렸다. 밀물이 밀려올 때까지 죽을힘을 다해 둑을 쌓았다. 반나절이 되어 밀물의 끝이 갯골을 타고 뱀처럼 꿈틀거리며 올라왔다. 그것은 장쇠가 묻힌 둑의 밑바닥에 닿았고 곧이어 엄청난 기세로 소리를 내며 밀물이 밀려왔다.
감독과 일꾼들은 죽은 장쇠를 생각하며 둑 위에 서서 수없이 절을 했다. 마침내 밀물이 모두 들어오고 조수는 둑을 삼킬 듯 꿈틀거렸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 썰물이 시작되자 현장 감독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숙연한 얼굴을 한 일꾼들에게 말했다.
“이제 됐다. 우리는 큰 죄를 지었다. 사람을 희생시켜 둑을 쌓았으니 큰 죄인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업을 쌓았다. 이제 이곳이 장차 논이 되어 수만 명이 먹을 쌀을 생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감독과 일꾼들은 둑 쌓기 공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다시 떠돌이 거지 장쇠를 위하여 제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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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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