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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설화

계양산에 온 충렬왕과 제국공주

출처
옛날 옛적에 인천은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8383)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5041
고려 충렬왕은 태자 시절을 몽고에서 보내면서 원나라 세조의 딸 홀도로계리미실 공주와 결혼했으며 부왕이 죽자 공주와 함께 귀국해 왕위에 올랐다. 고려에서는 몽고 공주 출신의 왕비를 제국대장공주라고 불렀다. 또는 줄여서 제국공주라고도 했다.
원나라와의 왕실 혼인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로써 고려는 역사의 한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양국의 우호 관계를 튼튼히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권신들의 세력에 억눌려 오던 왕실의 지위도 회복,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주성을 잃은 종속국으로 전락하여 이 후 원나라의 많은 간섭을 받게 되었다.
제국공주가 몽고 양식의 생활을 하고 사사로이 부리는 사람도 원나라에서 데려옴으로써 고려 왕실에는 몽고의 풍속∙언어 등이 퍼지게 되었다. 충렬왕은 이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고려 때에는 매사냥이 성행했다. 특히 충렬왕은 몽고에서부터 매사냥을 즐겨한 터라 그것을 하고 싶어 못견뎌했다. 국영 매방이 서울인 개경에 있었다. 그런데 사육하는 매가 민가의 닭이나 오리를 공격하여 피해가 커서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백성들 피해가 없는 한적한 곳에 매사냥 터를 만들어라.”
충렬왕이 명령했다.
임무를 받은 신하들은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계양산에 와 보고 만족했다. 사냥감인 꿩과 비둘기와 토끼가 많고, 멀리 서해가 바라보이는 훌륭한 경치가 왕을 즐겁게 할 것으로 본 것이었다. 그리하여 몇 달 만에 계양산에 국영 매방이 생겼다.
왕은 다섯 차례에 걸쳐 이곳에 왔다. 
“참 좋은 곳에 사냥터를 만들었군. 내 마음에 쏙 드네.”
왕은 몹시 기뻐했다.
어느 해 가을, 왕은 왕비인 제국공주를 동반했는데 왕비는 사냥을 싫어했다. 그런데도 따라나선 것은 왕이 후궁 무비를 사랑하는 것이 싫어서였다.
임진강을 건너고 김포 통진에 도착해 하루를 묵었는데 제국공주는 먹고 자는 것이 불편하다며 노여움을 터뜨렸다.
“전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임무인데 어찌 사냥만을 즐기십니까. 그리고 왜 나를 이 불편한 곳까지 데려와 고생시킵니까.”
왕은 말 한 마디도 못하고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계양산 큰 고개에 도착하고서도 왕비는 매방 책임자를 꾸짖었다. 
“이곳에는 꿩은커녕 거위 한 마리 없는데 왜 전하에게 사냥을 권하여 나까지 험한 길을 오게 한 것이냐?”
그리고 충렬왕에게 또다시 쏘아붙였다.
“전하가 사냥꾼 두목입니까? 왜 제왕이 왕도를 놓아 두고 이런데 나온단 말입니까?”
충렬왕은 분하여 서리가 하얗게 깔린 풀밭에 그냥 주저앉았다.
“그래도 내가 고려 땅에서는 제왕인데 공주는 말을 함부로 합니까?”
“왕비가 왕을 걱정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말을 함부로 하는 말이라고 한다면 나는 이 나라에서 살지 못합니다.”
걸핏하면 제 나라로 돌아가겠다고 협박하는 제국공주 앞에서 충렬왕은 힘이 없었다. 공주가 돌아가면 원나라 황제는 책임을 물어 자신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거나, 군대를 보내 제압할 것이었다.
왕은 묵묵히 앉아서 풀밭을 들여다보았다.
충렬왕은 왕비인 제국공주와 다투면서도 그 뒤에도 기어이 계양산에 왔다.
“나는 매사냥을 안 하면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어. 왕비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소용없어.”
그는 수행해 온 신하들에게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몽고에서 지내 말을 잘 탔는데 그래서 때로는 말을 몰고 달리며 활을 쏘아 노루와 멧돼지도 잡았다. 그리고 이곳을 자랑스러워해서 원나라 사신을 데리고 온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당시의 지명 계양을 길주목(吉州牧)으로 승격시켰다.
그 뒤 매방이 있던 곳의 고갯길이 경명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계양산 주변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그 한자 지명보다는 ‘징맹이 고개’라는 지명을 사용했다. 충렬왕이 매를 징발했다 하여 징매[徵鷹]라고 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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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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