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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명현의 도둑 두목

작성자
옛날 옛적에 인천은
작성일
2013-12-02
조회수
3205

옛날 부평 고을에 신관 사또가 부임해 왔다. 관아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을 먹으려 할 때였다. 고을의 방범 경찰 업무를 맡은 병방이 헐레벌떡 달려 들어와 보고하는 것이었다.
“나리, 징맹이 고개에서 도둑 떼가 행인의 짐을 털었습니다요.”
“뭣이라구? 그 도둑놈들이 내가 부임한 첫날부터 털었단 말이냐?”
사또는 발을 구르며 벌떡 일어나 칼을 집어 들었다. 그는 기가 막혔다. 부평 부사로 임명되던 날, 그는 조정으로부터 다짐을 받은 터였다.
“내 이놈들을 요절내고야 말겠노라.”
그는 아침 먹는 일도 거르고 여남은 명의 수행원과 함께 계양산으로 갔다.
이 산은 도둑 떼가 활동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인천과 부평 일대에서 가장 높고 깊은 산인 데다, 수목이 무성하여 몸을 숨기기가 쉬웠다. 그리고 산 아래로는 비옥한 평야가 펼쳐져 부자들이 많았다.
게다가 산의 허리에 걸쳐진 경명현은 서울로 가는 교통의 요지였다. 충청과 호남에서 배를 타고 올라와 서울로 가는 사람들이나 짐은 이 고개를 지나야 했다. 고개의 길이는 20리가 넘었다. 그러므로 도둑 떼가 자리 잡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이 고개는 도적이 사납고 숫자가 많아 일행이 천 명이 되지 않으면 넘어갈
수 없다고 하여‘천명고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경명현의 도둑 두목은 키가 작고 날렵한 자라고 알려져 있었다.
전임 사또가 지금까지 여러 차례 토벌에 나섰지만 두목의 그림자 한 번 보지 못했다고 했다.
사또도 그렇지만 조정에서 걱정하는 것은 계양산 도둑 떼의 두목이 마치 의적인 것처럼 행세한다는 것이었다. 고개에서 재물을 빼앗아서 캄캄하게 어두운 밤에 조용히 가난한 집 담장 안에 던져놓고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사또는 산 아래 나졸들을 배치하고 행인을 서른 명 또는 쉰 명으로 묶어 고개에 오르게 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다시 기막힌 소식을 들었다. 그가 순찰을 끝내고 내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도둑이 행인들의 짐을 털었고 그것을 즉시 산 아래 마을의 가난한 집에 던져 넣었다는 것이었다.
관아로 붙잡혀 온 나졸들이 말했다.
“갑자기 주먹만한 돌이 날아와 정신을 잃고 주저앉았습니다. 깨어나 보니 행인들의 짐이 다 털린 뒤였습니다.”
나졸들은 이마에 돌멩이를 맞아 상처가 나고 퉁퉁 부어 있었다.
“이 미련하고 둔한 놈들아, 그래도 너희가 아전이라고 나랏밥을 먹는단 말이냐.”
사또는 화가 나서 나졸들에게 볼기 스무 대씩의 벌을 내렸다
그 사흘 뒤, 사또는 60명의 나졸과 포졸을 이끌고 징맹이 고개로 갔다. 고개 중턱에 이르렀을 때였다. 키가 작고 땅딸하게 생긴 자가 홀딱홀딱 재주를 넘으며 사또 앞을 가로막았다.
“이보시오, 사또. 괜히 망신 당하지 말고 돌아가시오.”
말하는 투가 방자하기 짝이 없었다.
사또를 수행한 포교가 꾸짖었다.
“이 무엄한 놈, 어느 어른 앞인데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느냐!”
포졸들이 달려들어 생포하려 했다. 그러나 땅딸보 도둑은 잽싸게 몸을 날려 큰 바위 위로 사뿐 올라앉았다. 그러고는 하하하하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어리석은 것들아, 어서 너희들 패랭이나 살펴보아라.”
포졸들이 패랭이를 벗어 보니 패랭이 꼭지가 모두 잘려 땅에 떨어져 있었다. 포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또는 큰소리로 외쳤다.
“어서 저놈을 잡아라.”
포졸과 나졸들이 마지못해 칼을 뽑아 들고 나섰으나 당할 수가 없었다. 도둑 두목은 이리저리 획휙 날아다니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포졸과 나졸들은 뒤통수와 어깨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사또 혼자만 얻어맞지 않고 온전했다.
사또는 체면이 잔뜩 구겼으나 칼을 뽑아들었다.
“땅딸보 두목놈아, 어서 나와서 내 칼을 받아라.”
땅딸보 두목은 아까처럼 훌떡훌떡 재주를 넘으며 나타났다. 그러더니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 채 외쳤다.
“사또, 혼자 남았는데 어쩌시려구요. 정말 망신 당하기 전에 돌아가시오.”
그러더니 허리춤에서 표검을 뽑아 휙휙 던졌다. 표검들은 사또 곁에 있는 키 큰 소나무 둥치에 탁탁탁 소리를 내며 연속적으로 꽂혔다. 부하들은 다 쓰러졌고, 도둑은 한 놈도 잡지 못했는데, 표검은 무섭게 날아와 꽂히니 어찌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사또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관아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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