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동 을왕리(乙旺里)
용유도에 을왕동(乙旺洞)이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해수욕장으로 유명해 지금도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몰려드는 곳이고, 동(洞)으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예전 옹진군 시절의 이름 그대로 을왕리(乙旺里)라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본래 인천부 용유면에 속해 늘목 또는 을왕, 을항, 얼항 등으로 불렸으며, 1914년 새로 생긴 부천군에 편입됐다가 1973년 옹진군으로 들어왔고, 1989년 인천 중구에 다시 편입돼 오늘에 이른다. ‘을왕’에 대해서는 이곳에 있는 왕산(旺山)에 고려 희종의 자손으로 알려진 어떤 왕자의 묘지가 있어 붙은 이름이라는 해석이 있다.
‘을(乙)’은 오행 역학에서 목(木)에 속하는데 목은 동쪽을 뜻한다. 또 ‘왕(旺)’은 해와 달무리를 가리키는데, 도굴을 당한 이곳의 왕자 묘를 보면 동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동쪽의 왕자 묘를 알리기 위해 을왕마을로 부르게 됐다는 해석이지만 그다지 타당성은 없는 듯하다. 이는 『대동여지도』나 『청구도』에서처럼 ‘왕산’이 ‘왕산(王山)’으로 나와있다는 점을 따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보다 ‘을왕’은 ‘높은 산이 없이 느릿하고 길게 늘어진 목’이라는 뜻의 ‘늘목’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인다. ‘길목’ 등의 말에 쓰이는 ‘목’은 ‘잘록한 부분’이나 ‘다른 길로 빠져나가는 길의 중요한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 이곳 땅의 모양을 볼 때 타당한 것이다. 이 ‘늘목’을 한자어로 표시할 때 ‘늘 어(於)’에 받침으로 ‘을(乙)’을 붙여 ‘얼(헠)’이라 하고, ‘목’은 그 뜻을 가진 한자 ‘목 항(項)’을 쓴 것이다. 이는 우리말을 한자로 표시하는 이두(吏讀)식 표현의 몇 가지 방법중 하나이니, 이렇게 써놓고 읽을 때는 ‘늘목’으로 읽는 것이다. 이두 표현 방식 중 흔히 ‘음·훈 병차법(音訓竝借法)’으로 불리는 이 같은 표현 방식은 ‘버들내(버드내)’를 ‘유등천(柳等川)’이라고 써 놓고 ‘버드내’로 읽는 것과 같은 경우다. ‘얼항(헠項)’은 그 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본래의 뜻은 잃어버린 채 그냥 한자 본래의 발음대로 읽혔고,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좀더 쉬운 발음과 좀더 편한 글자로 바뀌어 ‘을항’, 그리고 ‘을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나니 누군가가 ‘왕자의 전설’까지 끌어다 붙였고, 글자까지도 거기에 따라 ‘왕(王)’이 됐다가 ‘왕(旺)’까지 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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